제보자 X와 불교 종단 태고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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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02 23:25

요즘 제보자 X가 정치권 뒤에서 큰 그림을 그린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공격 두 방에 언론사가 휘청일 정도니 확실히 보통 사람은 아니다. 한창 김어준 등이 제보자 X를 영웅으로 만드려는 시도가 눈에 보여 어떤 인물인지 알아본 적 있다. 기사를 썼는데 일부는 나가지 않았다. 커더란 흐름과는 그닥 큰 관련이 없다는 회사의 판단 때문이었다. 이 이야기는 그 뒷이야기다.


일단 제보자 X는 검찰 내부 문제를 폭로하겠다고 나선 공익제보자이자 M&A 전문가로 포장됐지만 실상은 좀 달랐다. 배임 및 횡령, 사기 등의 범죄 전력이 최소 4회 이상 되는 사람이었다. 일각에서는 "왜 메신저를 공격하냐!"고 내게 따졌지만 나는 다른 전과는 몰라도 사기 전과자를 메신저로 취급하지 않는다.

100번 양보해 사기 전과도 뭐 모종의 공작 때문에 억울하게 잡혀 들어갔다 치자. 그럼 자신이 아는 검찰 문제만 따졌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제보자 X는 김어준이 진행하는 방송에 출연해 “정경심 교수 관련 수사도 잘못됐다”는 식으로 자신과 상관 없는 여권 인사 보호에까지 나섰다. 이 발언으로 제보자 X가 정교하게 기획된 스피커였다는 내 심증은 점차 사실로 변해갔다. 제보자 X가 누군지 자세히 알아 보자.

뉴스타파는 8월 12일부터 10월 29일까지 10회에 걸쳐 ‘죄수와 검사’ 시리즈를 보도했다. 구치소 수감 기간 동안 서울남부지검의 금융범죄 수사를 도왔던 인물의 제보를 바탕으로 검찰 내부 문제를 지적했다.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사람은 제보자 X라고 불렸다. MBC는 뉴스타파의 보도를 기초로 10월 22일과 10월 29일 2주 연속으로 검사 범죄 시리즈를 2회 방영했다.

여기까지 제보자 X는 검찰 내부 문제를 비판하는 공익제보자로 비춰졌다. 하지만 그가 자신과 전혀 상관 없는 정경심 교수 수사 관련 문제를 제기하자 의구심 어린 시선이 하나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10월 15일과 10월 2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검찰의 정경심 교수 관련 수사에 대해 비판하기 시작했다,

제보자 X는 이 방송에서 “어떤 범행을 잡아서 처벌하는 목적보다 다른 목적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며 목적이 애초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였다는 식의 발언을 쏟아냈다. 또한 “피해자가 고소한 사건이 아니고 인지수사 방식인데 인지수사는 보안이 생명이다. 보안한 다음에 완전히 죄가 확정돼서 구속시킬 때쯤 발표한다”며 “정경심 교수가 투자한 기업의 범죄 행위를 밝히다가 그게 흘러가서 정 교수에게까지 가야 하는 건데 이건 정 교수를 타깃으로 해서 거꾸로 시작됐다.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심각한 사건도 아니고 인지했다고 해도 당장 수사를 진행할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며 사건 착수 평가도 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국 교수 관련 수사는 인지 수사가 아니었다. 인지 수사란 수사기관이 첩보 등을 거쳐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범죄의 혐의점을 포착해 수사에 나서는 방식을 뜻한다. 검찰이 조국 교수 관련 수사를 시작한 건 조 교수의 개인 비리 관련 고발장이 접수된 다음날인 8월 19일 이었다. 이 때는 이미 조국 일가의 사모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 PE와 조국 교수가 자신의 전 재산 56억 원을 훌쩍 넘는 74억 원 투자 약정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난 지 일주일쯤 된 뒤였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을 최저치로 끌어내린 초유의 사건이었다.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제보를 넘어서 자신과 상관 없는 정치적 발언이 늘자 M&A 전문가라고 포장된 제보자 X에 대해 의구심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알아 보니 제보자 X는 M&A 전문가라고 보기에 어려운 구석이 많았다. 그의 전과 탓이었다.

제보자 X는 2014년 8월 14일 1심에서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구속된 지○○ 씨(55)다. 제보자 X의 이 혐의에 대해 2015년 6월 11일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초범이 아니었다. 재판 과정에서 제보자 X의 과거 전력이 추가로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 씨는 스포츠서울 주식 현물을 챙긴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2013년 중순쯤 김광래 스포츠서울 대표는 임직원인 정○○ 이사에게 주식 892만여 주를 담보로 50억 원쯤 구할 수 없냐고 물었다. 돈 나올 곳을 찾던 정○○ 이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제보자 X에게서 "‘박 보살’이란 사람에게 부탁하면 돈을 구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정○○ 이사는 제보자 X를 거쳐 박 보살에게 손을 뻗었다.

제보자 X는 정○○ 이사에게서 건네 받은 주식 892만여 주 가운데 절반인 431만 주를 담보로 박 보살에게 20억 원 정도 빌렸다. 빌린 20억 원을 정○○ 이사에게 가져다 주며 “어차피 남은 주식 461만 주로 돈을 더 빌려야 하니 내가 갖고 있겠다”고 했다. 그런 뒤 주식 461만 주를 돌려주지 않았다. 자신이 과거 스포츠서울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받지 못한 돈 대신 이 주식을 챙겼던 제보자 X였다. 재판부는 "받을 돈이 있었더라도 그 돈은 제보자 X가 챙긴 주식과 별개"라며 제보자 X에게 징역 4년 형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제보자 X의 추가 전과가 드러났다. 재판부는 1심에서 "제보자 X는 사기죄, 배임죄 등 재산 범죄로 세 차례 집행유예의 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고 밝혔다. 제보자 X의 범죄 전력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제보자 X는 2015년 8월 구속 상태에서 열린 1심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8월을 추가로 선고 받았다. 한 달 뒤엔 또 다시 기소를 당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양도성예금증서 18억 원 상당에 대한 소유권도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속여 돈을 가로채려 했던 제보자 X를 사기 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015년 9월 14일 밝혔다.

기소 과정에서 박 보살 외 제보자 X와 불교와의 깊은 관계가 또 다시 이목을 끌었다. 제보자 X가 지피엔시스라는 회사의 실제 운영자라고 나타난 까닭이었다. 지피엔시스는 불교용품 및 장례용품 제조업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만봉 스님의 불화작품에 대한 국내외 독점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제보자 X가 정○○ 이사에게 스포츠서울 주식을 건네 받았던 장소는 대한불교상조가피라는 회사 사무실이었다. 지피엔시스는 대한불교상조가피의 자회사다. 대한불교상조가피 대표이사 역시 제보자 X다.

제보자 X와 애초 불교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제보자 X는 불교사회복지회 이사직과 재단법인 한국불교태고원 이사직을 거쳤다. 한국불교태고원은 한국 불교 태고종의 재산 관리 법인이었다. 한국 불교 태고종은 1970년 승려 진종을 종정으로 출범한 한국의 불교 종단이다. 한국 불교 종단에서 유일하게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대처승을 인정한다.

제보자 X가 처음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15년 전인 2004년이었다. 제보자 X는 2004년 한국불교태고원이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다. 제보자 X의 일가친척인 지병규 씨는 2004년 1월 8일 신용카드 조회 단말기 업체 ‘씨씨케이밴’이 가지고 있던 코스닥 상장사 ‘에이엠에스’ 지분 12.33%인 140만 주 가운데 100만 주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지병규 씨는 2003년 한국불교 태고종이 설립한 녹색장묘문화개발원 이사였다.

이 거래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건 씨씨케이밴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었다. 씨씨케이밴은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 아들인 이동욱 씨가 고문으로 활동했던 업체다. 2000년 이 씨와 재벌 2세 여럿이 설립한 회사였다. 2000년 11월 기준 대표적인 주주는 이 씨를 비롯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과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등이 포함돼 있었다.

지병규 씨가 에이엠에스 지분을 인수할 2004년 당시 한국불교태고원도 에이엠에스 주주가 됐다. 한국불교태고원은 씨씨케이밴이 지 씨에게 넘긴 뒤 가지고 있던 나머지 40만 주를 인수했다. 제보자 X는 2004년 3월 8일 에이엠에스 대표이사가 됐다. 그는 2004년 5월 28일 유상증자를 거쳐 에이엠에스 최대주주가 됐다. 그런 뒤 한국불교태고원에 자신이 가진 주식 전부를 팔아 치웠다.

김어준 등에게 M&A 전문가라고 포장된 그였지만 실적은 초라했다. 그가 이끌었던 한국불교태고원의 코스닥 인수는 얼마 가지 못했다. 2005년 7월 한국불교태고원은 거래정지 등의 힘겨운 시간을 보낸 뒤 세고엔터테인먼트 이사 출신이었던 신용호 씨에게 주식 전부를 넘기고 말았다.

한국 불교 태고종은 에이엠에스 인수 당시 “불교가 우리사회에 올바른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경제가 건전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앞장서서 21세기 새로운 경제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며 그 동안 종교계에 굳어진 ‘가난한 종단’ 이미지를 불식시키겠다고 했었다. 그 각오는 M&A 전문가라던 제보자 X와 함께 1년밖에 가지 못했다.

제보자 X가 요즘 다시 기획을 몇 개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 기획이 정권에 일시적인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업보가 다 자신에게 돌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정치라는 속성은 국가보안법이나 집회시위법 전과자 빼곤 다른 전과자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쓰고 버리기 가장 좋은 게 전과자다.

충견으로 도쿄 시부야에 동상으로 남았던 개 '하치'가 죽은 뒤에도 사랑을 받았던 건 전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 사용된 똥개가 갈 곳은 끓는 가마솥밖에 없다. 믿기 힘들거든 고개를 들어 언덕 위 큰집을 보라. 드루킹의 희미한 손짓이 멀찍이서 보일 거다.

※ 제가 작성하는 모든 콘텐츠는 무료입니다. 근데 제가 기자 일 외에 다른 재미난 일도 좀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돈 좀 주세요. 한 달에 99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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