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아, 너는 6개월안에 다시 마약을 하고 싶어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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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9 17:18

2018년 9월5일 일기
 
서른여덟에 마약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건달 생활을 하면서 어쩌다 접하게 된 마약. 그가 마약을 중단한 것은 20년이 지난 오십대 후반. 감옥에 수없이 드나들었지만 마약은 어김없이 그를 덥쳤다고 한다. 그는 신앙의 힘을 빌렸다. 신을 만나고 나서 그는 건달생활을 접었고, 목사가 되었고, 그제서야 마약의 유혹을 견디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마약으로부터 탈출하신 목사님. 그가 요즘 나를 지켜주고계신다. 윤현준 교수가 연결해주었다. 나도 마약을 끊을 수 있을까. 당연히 다시 하고 싶지 않지만, 그리고 지금은 마약을 찾고 있지 않지만, 분명 내가 약해져 있는 틈을 타 나를 갉아먹으러 다시 올 것이다. 목사님도 이놈을 물리치기까지 20년이 걸렸다고 하지 않나.
 
"재현아. 목사님이 냉정하게 말해줄게. 이제 재판 끝났지? 6개월 정도는 견딜만 할 거야.
그 후부터가 문제야. 누가 조금만 옆에서 건들면 엄청나게 하고 싶어질 거야. 마약은 해볼만큼 해봐서 지독할 만큼의 고통을 겪어봐야 끊을 수 있는 거야."
 
그런가. 나는 마약을 잠깐 스치듯 경험한게 전부다. 지독할 만큼의 고통은 커녕, 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환희의 순간만 경험했을 뿐이다. 약물이 처음 내몸에 들어왔던 순간이 내게는 고통이 아니라 행복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그립다. 마약이...

그래서 나는 끊을 수 없는 건가. 극단의 구석으로 꼭 내몰려야만 끊을 수 있는 게 마약인가.
 
"마약 때문에 감옥간 사람들. 목사님이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단약의 의지와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이야."
 
목사님이 왜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걸까. 나더러 마약을 끊으라는거야 말라는 거야. 좀 짜증이 나지만 목사님이 해주는 말씀의 깊이를 이해하려 애쓴다. 그만큼 독하게 마음먹으라는 거겠지. 끊지 못할 거니까 포기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 끊는게 일반적이지 않으니 지금의 각오보다 열배는 더 강하게 노력하라는 거겠지.
 
그래. 그래서 나는 판사에게 제발 집행유예 20년형을 선고해주면 안되냐고 호소하고 싶었다. 20년 정도 국가가 나를 보호해주면, 약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고작 집행유예 2년형으로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윤현준 교수가 과거 상담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윤 교수는 마약범죄로 수감되어 감옥에 있는 사람들에게 강의를 하러 간다. "허기자님. 그분들은 감옥에 나가는 순간을 기뻐하지 않고 두려워 해요. 또 여자(이성)를 만나게 될 거고. 자연스럽게 또 마약을 하개 될까 겁난다고들 해요."
 
이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집행유예 20년형을 선고받길 원하는 내 심경이랑 같구나. 우리 사회는 잘 모르고 있다. 감옥을 다녀와놓고도 다시 마약에 손대는 사람들이 이상한게 아니라, 마약을 끊는 사람들이 이상한 거다.

그러나 나는 마약을 다시 하지 않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어떻게 하면 성욕구를 거세해버릴 수 있을까. 난 아직 한창 젊은데. 화학적 거세 방법이라도 찾아봐야겠다. 마약은 다시 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고추를 잘라 없애버리고 말지.
 
이제 재판도 다 끝났고 정말 대리운전일을 알아봐야 하는데, 목사님이 "격에 맞는 일자리를 찾으라"고 하신다. 그렇지 않으면 내 우울증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찌 다시 기자를 할 수 있을까. 나같은 쓰레기는, 그냥 세상에서 잊혀져 사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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