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의 재구성(6) - 외로운 사람, 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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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16 20:56


"어릴때부터 외로움을 느낀 적이 많았지만,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고부터는 더 심해졌죠”

그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사람이다. 거침 없는 그의 발언이나 독설 같은 이미지로 볼때 그건 틀린 얘기 같다. 하지만 그는 필요할 때 필요한 수위의 발언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다 드러내놓고 얘기하는 것 같지만, 때로는 전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그는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을 거침없이 다 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때도 있는 반면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때도 있었다. 그는 자기 얘기를 극도로 꺼리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진행하는 ‘고스트네이션’의 상담실에서는 자신의 팬을 위로(?)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치부를 드러내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 공손하고 예의가 바르며 느릿느릿 만사태평이고 특별히 손이 갈 필요가 없는 수줍고 조용조용한 아이’였던 신해철은 음악계라는 살벌한 전쟁터에 들어와서 ‘아티스트 알기를 머슴보다 못하게 여기는 PD, 아무대나 쌍욕을 찍찍 갈겨대는 매니저들, 가수들은 대중들 앞에서 끝간데 없이 공손하고 굽신거려야 한다라고 믿는 대중들’ 사이에서 자신의 음악과 밴드를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그는 무릎팍도사에 나와서 ‘한국에서 연예인을 하려면 굽신거리거나, 거만하거나 둘 중 하나 밖에 할 수 없는데, 그 중간이 없어서 난 거만한 길을 택했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해서 살아남은 그에게 ‘안녕, 프란체스카’의 앙드레 교주 역, 개그야 ‘사모님’ 마지막회에서의 회장님역,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의 보자기킹 등과 같은 개성넘치고 독특한 역할은 그에게 맡겨졌다.

어쩌면 대마왕, 교주 등의 별명은 그에게 어울리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다. 그는 사실상 힘든 사람이 부탁하는 것을 거절하지 못하며, 어떤 선배의 부탁을 외면하지 못해 돈이 되지않는 음반의 프로듀싱을 6개월간 맡아한 결과 자신의 회사 경영이 어려워져 문을 닫는 일을 겪기도 했다.

그는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서 “권위를 싫어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팬들에게는 신해철이라는 이름 자체가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있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권위를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권위를 파괴해서 없애야 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존경받는 권위, 자연스러운 권위는 긍정적인 것이고 바람직한 것이다. 내 캐릭터가 누리는 권력은 오락반장의 권력이다. 수업 시간에 오락 시간 갖는데 오락반장이 '너 나와서 노래해' 그러면 그러려니 하지 '저 새끼가 왜 저래' 하면서 길길이 날뛰는 사람 없지 않나. 권위를 쫓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 사실 정당한 권위는 좋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요즘 세상에 필요한 권위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아닐 수 없다.

문화기획자인 하헌기는 신해철에 대해 이렇게 추억했다.

“사회적 영역에서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외로운(외로울 지도 모르는) 사람, 그 기억이 있습니다. 무슨 파티에 신해철 선배가 참석했는데, 잘 놀다가 사라져서 보니 혼자 구석 안 보이는데서 계속 앉아있더라고요. 와이프 올 때까지. 신해철을 둘러싼 여러저러 사회적 맥락들과 미디어를 통해 오래 봐온 느낌 때문에, 그 때 이사람 많이 외로운 사람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그런 면이 있겠지만, 나도 그의 외로움 모습을 자주 접했다. 흔히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그럼 모습. 내가 소개해 준 후배의 축가를 신해철이 부르기로 했었다. 다소 의외였다. 이렇게 흔쾌히. 그 후배는 결혼식 때문에 정신이 없어 대기실 같은 장소를 챙기지 못했다. 어쩌면 ‘이런 배려도 안하냐?’고 화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혼식장에 가는 동안 전화기를 꺼놓고 있다가 켰을때 그로부터 여러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부랴부랴 달려갔을때 그는 하객들 틈에서 어쩔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날 그는 다소 불안정하게 노래를 불렀으나, 후배는 ‘세상에서 들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였다’고 말했다.